Yabyajeed - Salon De Piano - 야브야지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가장 제약하는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 수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필자는 ‘아쉬움’ 이 아닌가 한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선택에 대한 아쉬움, 옛 연인에 대한 아쉬움 등 숱한 아쉬움들이 삶을 채색하니 떠오를 때 마다 발걸음이 느려지지 않겠는가. 무언가로 인해 가슴이 먹먹해 지고 힘들어 질 때면 아쉬움의 파동은 정점에 다다른다. 독한 술 한 잔을 기울여도 사라지지 않는 잔상, 그래서 아쉬움의 미학은 애상과도 같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야브야지드(Yabyajeed)의 음악은 이런 아쉬움의 애상을 닮았다. 어깨에 힘을 살짝 뺀 채 피아노 선율로 음악을 이끌어 나가지만, 그의 본질은 발랄함 보다는 어두운 톤이다. 보내야만 하는 존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듯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고뇌를 조금씩 털어놓는다. 덕분에 듣는 이는 화사한 햇살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감성을 느껴야 하겠지만, 전자음 트렌드가 난무하는 세상에 자신만의 코드를 칠한 야브야지드의 결단을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싶어지는 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대세’ 를 따르지 않으면 이단아로 찍어버리는 시선이 형성된 시점, 자신만의 음악을 보여주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의 묵묵한 아티스트적 마인드는 타의 귀감이 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에게 응원을 보내줘야 하는 게 맞지만, 탄탄한 구성을 보이는 앨범을 들어보면 일말의 확신이 선다.
앨범 [Salon De Piano] 는 서정적 일렉트로니카를 담았다. 하지만 감겨있는 음악들의 소소한 면모는 정의내리기가 어렵다. DJ로 활동했던 그의 경력 때문인지 비트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으며, 감수성 짙은 멜로디로 함께 살려놓았다. 게다가 재지한 느낌을 자아내는 요소들도 곳곳에 보이고, 라운지와 칠아웃스런 사운드로 그루브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여기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중적 터치를 가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야브야지드가 생각했던 음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정도면 그가 이 앨범 한 장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알 수 있을 듯 하다.
인트로는 서정적 멜로디를 지닌 ‘Moi, Pas Triste Mais..' 로 시작한다. 이 곡만 듣고 야브야지드를 뉴에이지 남자로 오해하는 건 금물, 1번 트랙을 벗어나면 다채로운 사운드 파티가 리스너를 기다린다. 세련된 비트에 나지막한 보컬을 입힌 ’말할까‘, 그가 재즈에 대한 이해가 투철한 뮤지션임을 보여주는 ’가로수 길‘ 과 ’Dos Almas', 라운지 음악이 만들어 내는 그루브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Goodbye', R&B 색이 짙게 느껴지는 ’너와 함께 있으면‘ 과 ’그댄 아나요‘, 담백한 드럼 라인이 색다른 감수성을 선사하는 ’Imissyoubabe' 등 한 가지 방향으로 매몰되지 않기 위한 야브야지드의 노력은 끝이 없다.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무게중심으로 둔 센스가 돋보이고, 어느 것 하나 대충 넘긴 게 없으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번진다.
그는 아마도 강렬한 남성미가 풍기는 외모와는 다르게 ‘초식남’ 인 것 같다. 앨범을 구성한 세심한 손길부터 시작해 감수성이라는 단어를 잊지 않는 음악세계까지, 그야말로 ‘싹싹한’ 남자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음악은 ‘싹싹하게’ 리스너의 마음을 파고들어 잔잔한 비를 뿌린다. 앨범에 대한 평가는 ‘확신’ 이 용납되지 않는 세계다. 하지만 야브야지드에게 슬며시 ‘확신’ 을 꺼내 보이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누구보다도 솔직한 그의 음악세계, 이 봄 잃어버린 감수성을 찾는 데 그와 함께 하기 바란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